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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4-14 10:53
심장하면 첫손에 꼽히는 최고 명의 - 심장전문의 정명호
 글쓴이 : 스텐트
조회 : 382  

심장하면 첫손에 꼽히는 최고 명의

심장전문의 정명호

테이블에도 책장에도 컴퓨터 옆에도 하물며 세면대 옆에도 돼지인형 천지다. 조금이라도 빈 틈이 있으면 어김없이 돼지인형이 놓여있다. 흡사 돼지인형 박물관 같다.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에 줄줄이, 아니, 빼곡히 돼지인형이 도열해 있다. 이곳은 다름 아닌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전남대 병원에 있는 심장전문의 정명호교수 연구실이다.

정교수는 국내외에서 알아주는 심장전문 명의다. 최다 논문발표, 최다 심근경색증 환자 치료, 최다 심장혈관중재술을 시행하였으며 돼지심장을 이용한 동물 심도자 실험은 3천5백여건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록을 돌파하였다. 독일의 분쉬의료상을 비롯해 국내외 명성있는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정교수는 여러 최다 기록을 보유하며 전남대 심혈관센터를 국내 최고의 심장질환 진료의 메카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인 것이다.

 2월의 어느 주말 오후, 비가 올 듯 말 듯하여 한껏 우중충한 대기를 뚫고 전남대 병원을 찾는다. 날씨와는 상반되게 해맑게 웃는 모습으로 복도까지 나와 반갑게 맞이하는 정교수는 ‘친절’과 ‘다정’을 장착한 신사다. 아무래도 그 친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듯하다.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 저 깊은 데서부터 우러나온다. 그 오래됨의 역사는 알고 보니 사실이다. 상당히 오래 전 미국 대학의 연구교수로 갔을 때 그곳 병원의 친절한 케어를 보고서 자극을 받았다. 의료진의 친절은 당연히 갖춰야 할 미덕이라는 사실을 뼈에 새기고 돌아왔다. 이후 정교수는 그 생각을 머리 속에서 몸으로 옮겨 실천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행하여 자신의 옷인 양 맞춤으로 입고 있다. 어느 순간에나 정교수는 미소를 머금은 채 환자를 진료하고 제자들을 가르친다. 의술 못지 않은 인술을 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의 넓지 않은 연구실엔 그동안 연구해온 데이터, 자료. 논문 등이 서가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고 앞서 밝힌 돼지인형 등이 빠질세라 자리를 잡고 있다. 한치 흐트러짐없이 매우 정갈하다. 서로 이질적인 요소들이 한데 있어 뒤엉킬 법도 하건만 질서정연한 폼새로 더욱이 먼지 한톨 없이 정돈돼 있다. 정교수는 주말인데도 연구실을 지키고 있었다. 이제 막 돼지 심장으로 실험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란다. 날마다 새벽 5시면 일어나 6시 출근, 병실 입원환자 회진을 도는데 후 외래 환자를 보고 수술을 하는 틈틈이 실험연구에 몰입한다. 그 세월이 벌써 40여년이 되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환자진료와 수술, 그리고 실험 등으로 병원에서 지내느라 그 흔한 가족여행 한번 제대로 가지 못했다. 해서 부인과 두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 노고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정교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환자의 생명을 살려냈다. 그리고 심혈관 질환 치료의 길을 활짝 열어놓는 디딤돌 역할을 하였다. 대한민국에서 둘째 가라하면 서러울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심장관련 명의가 바로 그인 것이다. EBS ‘명의’에도 심장전문의로 이름을 올렸다.

전남대 병원 심혈관센터가 지방대병원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고 환자 수도 많다. 전국 각지에서 정교수를 찾아온 환자들이 줄은 서고 있다. 그가 쌓아온 업적에 힘입은 바 크다. 현재 그의 환자는 8천여명. 수술을 받은 후 어떤 이는 한 달여 만에 어떤 이는 두세 달 만에 전남대 병원을 찾아 정교수로부터 진료를 받는다. 때문에 전남대 병원 심혈관센터의 명성은 날이 갈수록 더욱 높아간다. 그러나 정작 정교수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강정채․박옥규교수님 등은 제가 존경해마지 않는 스승입니다. 스승들이 일궈놓은 역량과 좋은 전통이 전남대 병원 심혈관센터의 기틀을 다지는 굳건한 토양이 되었습니다.”

 순환기 내과 구성원들간 친화력이 좋은 전통은 스승들로부터 이어져 왔으며 그들의 훌륭한 지도가 오늘날 전남대 심혈관센터의 명성을 드높이는 주춧돌이 되었다고 말한다. 자신은 그 위에 조금 힘을 보탰을 뿐이라며 정교수의 역량과 노력이 아니냐는 말을 극구 부인하고 나선다.

그의 활약은 전남대 병원을 뛰어넘어 지역의 경제발전으로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진다. 바로 국립심혈관센터의 유치다. 2005년부터 호남지역에 국립심혈관센터 설립을 추진해왔으며, 2021년 광주 R&D 특구에 국립심혈관센터 설립을 위한 설계비 및 토지 매입비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장성군 첨단연구개발특구의 나노산업단지 일원 33만㎡(10만평)에 연구센터, 5백 병상의 연구병원, 재활센터 등이 들어서는 메가프로젝트의 기반을 다졌다. 예산이 무려 3천5백억원에 달한다. 사업예산이 배정되었지만 사업시행이 미뤄지고 있는 터라 정교수의 마음은 좌불안석이다. 그러나 조만간에 사업착수가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국립심혈관센터의 삽질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심혈관센터는 의료기관으로서의 입지 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게 정교수의 생각이다. 그 규모에 맞게 의료 인력이 배치될 뿐 아니라 광주를 찾는 외지 환자가 늘고 지역에 관련 산업이 육성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명호 교수는 미국심장중재술학회 지도전문의, 미국심장병학회 지도전문의,·유럽심장학회 지도전문의, ·미국심장학회 지도전문의 등의 자격을 취득함으로써 국내 최초로 세계 4대 심장학회 지도전문의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다. 지방대로선 최초로 한림원 회원이 되었다. 쉼없는 연구와 활발한 대외 활동을 바탕으로 보건복지부장관상, 국립보건원 우수연구자상, 광주시민학술대상, 무등의림학술상 및 자랑스런 일고인상 등을 받은 바 있다.

 돼지 인형은 연구실에만 있는 게 아니다. 자택인 아파트에도 돼지인형이 수두룩하단다. 혹시 돼지띠냐는 물음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멋쩍은 듯 미소를 띠며 부인이 돼지띠라고 말한다. 애처가 그림이 단박에 그려진다. 물론 정교수가 애처가이긴 하다. 그러나 더 큰 이유가 있다. 심장전문의인 그가 실험에 이용하는 돼지에 대한 조의의 뜻으로 돼지인형을 하나 둘씩 갖게 된 게 시작이었다. 돼지인형 컬렉션 소식을 알게 된 선후배는 물론 제자들까지 외국을 다녀올라치면 어김없이 돼지 인형을 사오곤 했다. 그리하여 국적이 다양한 돼지인형이 물을 건너고 산을 건너 정교수의 곁으로 오게 되었다. 40여개국 3천여점에 이르는 돼지인형이 그와 함께 지낸다.
 
 정밀하고도 섬세한 고도의 수술을 행하며 생명을 붙잡아내는 정교수, 그 귀한 금손으로  손수 차를 끓여 낸다. 그 차를 마시며 계속되는 심장이야기에 스윽 빠져든다. 2월의 우중충한 날은 인류의 생명에 빛을 던지는 여러 이야기로 점차 환해지고 있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가슴 아픈 일이 정말 많았다. 제 때 병원에 당도하여 생명을 겨우 되찾은 할머니, 힘든 수술을 거쳐 고비를 간신히 넘긴 환자 등 가슴 벅찬 일도 있었다. 그러나 눈물을 쏟으며 가슴이 척척해진 사연도 많다. 너무 늦은 까닭에 세상의 환한 빛을 다시 볼 수 없었던 소녀 등 이루 헤아리기 힘든 사연들을 다 품은 채 날마다 심장과의 사투를 벌이며 산다.

 가장 중요한 것은 119 호출과 CPR이라고 강조한다. 골든 타임을 놓쳐선 안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어르신들, 특히 혼자 지내시는 어르신들은 밤늦게, 새벽에 심장에 이상을 느껴도 자녀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걱정을 끼칠까봐, 쉬고 있는 자녀를 귀찮게 할까봐 아파도 참아버린다. 그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한다. 심장에 쪼임이 있거나 고통 등 이상증상이 있으면 즉각 119호출을 하고 응급실로 와야 한다. 골든 타임은 1시간이다. 그 시간 안에 수술실에 들어가면 생명을 건질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녀들에게 미안해하지 말고 바로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바로 119호출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의 소망은 대한민국에서 노벨의학상 수상이다. 전남대 병원에서 개발한 심혈관계 스텐트는 미국 특허를 획득하여 식약처 승인을 받아 임상 연구 중에 있다. 순환기 내과에서 발표한 논문은 현재까지 1천8백여편, 특허 80여건, 저서 90여건으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연구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꼭 자신이 아니라도 좋다. 축적된 연구 성과에다 앞으로의 정진을 통해 심혈관 관련해서 탁월한 성과를 거둬 전남대 병원에서 노벨상 의학상을 수상하게 하는 게 그의 꿈이다.

 우심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암이 사망원인 1순위라고는 하지만 단일질환으로는 심혈관계 질환이 더 높다. 우심재단은 심혈관계 질환 예방 및 치료법에 대한 연구와 대국민 홍보, 그리고 심장병 환자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2012년에 설립되었다. 매년 약 7회의 국제 및 국내 심포지움을 개최하고 국내외 행사를 통해 광주전남지역과 대한민국을 알리는 홍보사절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프랑스 소설가 로맹가리는 ‘바다는 살아있는 형이상학’이라고 했다. 어쩌면 정교수에겐 ‘심장’이 살아꿈틀거리는 ‘형이상학’일지 모르겠다. 좀 더 연구하여 이해하고 싶고 정복하고 싶은 대상, 그래서 인류의 염원인 건강한 삶을 확보해내고 싶은 것이 아닐까. 이제 그의 손끝, 적어도 그의 제자들 손에서 심혈관 질환의 완전정복이 이뤄질 날이 머잖았다. 그래서 그의 행보는 오늘도 분주하다. 흰 가운을 입고 응급실로, 수술실로, 실험실로 뛰어다니는 그의 두 어깨가 무겁지만 그의 얼굴엔 언제나 희망이 넘친다. 조만간 노벨의학상 수상도 인류의 건강한 심장에 대한 꿈도 이뤄질 것이므로.